첫날밤에 구멍을 잃다. (初夜失穴)

한 총각이 장가를 가게 되었다.
첫날 밤 어두운 방에서 신부를 맞은 신랑은 그 몸을 손으로 더듬기 시작했다.
그런데 가슴을 등으로 알고
두 젖가슴을 등에 난 혹으로 생각하며 크게 놀랐다.
다시 엉덩이 밑으로 만져 내려가던 신랑은
구멍이 없다고 하며 화가 나서 그 날 밤으로 신방을 뛰쳐나오고 말았다.
기가 막힐 일이다.
신부의 집에서는 그 이유를 딸에게 물었다. 그러자 딸은 다음의 시를 지어 설명을 대신했다.
첫날 밤 촛불 끄고 향내 퍼져나가는데 우습도다 서투른 낭군의 망설임이여 참 맛이야 마땅히 앞에서 얻을 수 있거늘 잔등만 허무하게 더듬고 헛된 땀만 흘리더라
신부의 집에서는 그 시를 즉시 신랑의 아비에게 보냈다. 그 아비는 이내 아들을 불러 앉히고 심히 꾸짖어 책망한 후 가로되,
"오늘 다시 가 보아라." 하니 다시 간 신랑, 이번에는 올바로 그 밤부터 즐기며
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았다.
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한 이웃이 말하길,
"신랑이 처음에는 실혈(失穴 : 구멍을 잃어)하여 밤중에 울었으나, 다시 득혈(得穴)하여 구멍에 빠져서 오랫동안 돌아오지 못하는도다." 하였더라 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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